[청화/아오카가] 아이스크림

※ 쿠로코의 농구 | 아오미네 다이키 x 카가미 타이가

※ 개인적인 캐해석 有






"…그러니까."

"응?"

"우리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슬슬 무더위에 접어드는 7월의 중순. 안 그래도 몇년 전처럼 장마다운 비가 내리질 않아서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인 아오미네는 정말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에어컨 틀자. 안돼. …서방이 죽어간다고, 마누라…. 징그럽게 뭔 소리야. 몇번을 에어컨을 틀자고 말했지만 카가미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안돼, 그 뿐이었다. 못된 새끼. 얼굴색 하나도 변하지 않고 대답하는 카가미를 휙 째려보며 중얼거린 아오미네가 결국은 선풍기의 회전을 멈추고 와락 끌어안았다. 선풍기 바람이 아오미네의 몸에 막혀 자신에겐 거의 가지 않는데도 카가미는 괜찮은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TV를 쳐다봤다. 그렇게 얼마를 있었을까, 슬슬 더위가 가시고 살만 해지는데 카가미가 한 말은 아오미네를 다시 더위의 늪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뭐라 그랬냐, 카가미.

원온원 하러 가자고!

……미쳤냐.

미치긴 무슨. 어서 일어나. 지금 나가면 농구장에 사람도 없을 거다. 빨랑 일어나라고, 아호-.



   그러면서 선풍기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아오미네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잡아 당겼던 게 오후 12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더워 죽겠구만 무슨 원온원이야…. 억지로 일으켜져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쨍쨍한 햇볕에 질색하며 중얼거렸지만 어서 나가자며 눈을 빛내는 카가미가 너무 귀여워서 아오미네는 져주는 셈치고 따라 나섰더랬다. 그렇게 둘이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길거리 농구장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반. 그리고 계속 지면서 이번엔 이길 거라며 덤벼오는 카가미를 상대해준 게 1시간 가량. 자그마한 샤워 시설이 있어서 그곳에서 개운하게 찬 물로 땀을 씻기고 카가미가 어제 개어놓은 보송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왔지만 그들이 샤워실에서 나온 시각은 지면이 햇빝에 달궈져서 가장 덥다는 2시였다.

   미친…. 존나 덥잖아, 바카가미. 내가 덥게 만든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시비야? 너 때문에 나온 거잖아! 방금 막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땀이 나는 게 느껴지는 아오미네가 소리쳤다. 아오미네가 소리칠 줄은 몰랐는지 움찔거린 카가미가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며 물었다. 많이 덥냐. 엉, 덥다. 존나 더워. 미칠 것 같애. 정말 더운지 지나가던 아이가 보면 바로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를 만큼 인상을 팍 찡그리며 대꾸하는 아오미네. 잘못하다간 정말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폭발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카가미가 주위를 둘러보다 덥석 아오미네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왜 이러고 있냐니, 너가 덥다고 해서 들어온 거잖아."



   그렇게 카가미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곳이 지금의 마지바 안이었다. 여자들과 가족들은 물론이고 남자들도 있지만 아오미네와 카가미처럼 단 둘이 와서 앉아있는 남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키 190이 넘는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짜증나는 아오미네완 달리 카가미는 태연하게 그 많던 햄버거들을 다 먹고 소프트콘을 주문하러 일어섰다.

   뭐, 내 생각해서 들어와준 거니까 가만히 있다 갈까. 매장 안의 에어컨 덕분에 조금씩 나던 땀이 말라가고 시원해지자 무섭게 찡그러져 있던 아오미네의 인상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남이 보면 딱딱한 무표정으로 밖에 안 보이지만 아오미네를 아는 사람이 보면 나름 기분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는 얼굴.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다른 한 손으론 딱딱 일정한 리듬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종업원에게 무언갈 주문하는 카가미를 가만히 쳐다본다. 자, 이거 후식. 그렇게 쳐다보고 있던 카가미가 양손에 들고 온 건 하얀 소프트콘. 아아, 땡큐.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던 손을 들어 카가미가 건네는 소프트콘을 받아들었다.



"이제 시원해?"

"어엉, 시원하다. 여기서 살고 싶네."

"그럼 여기서 살던가?"

"안돼. 시원해도 집은 가야지."

"왜?"



   카가미의 물음에 아오미네는 그저 아이스크림만 먹을 뿐이었다. 뭐, 대답해주기 싫으면 말던가. 대답이 없는 아오미네에도 카가미는 별 상관 없는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 말 없이 아이스크림만 먹는 두 사람. 확실히 먹성 좋은 카가미가 아오미네보다 빨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하얀색의 회오리 모양이 다 사라지고 바삭바삭 소프트콘의 과자 부분을 먹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냥 뭐든지 빨리 먹는구만. 아직 꽤나 봉긋 솟은 아이스크림이 남아있는 본인의 소프트콘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카가미의 소프트콘을 빤히 쳐다보며 아오미네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열심히 우물거리던 카가미의 입이 멈췄다.



"……."

"뭐하냐?"

"…없어."

"뭐가?"

"아이스크림이 없다고."



   뭔 병신 같은 소리를….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아오미네에 카가미가 먹던 소프트콘을 아오미네에게 불쑥 내밀었다. 카가미가 내민 소프트콘엔 먹는 동안 녹은 아이스크림의 하얀 액체만 살짝 있었다. 봐, 아이스크림이 없잖아! 바보냐, 네가 다 먹은 거잖아. 아니, 기본으로 여기 끝까지 다 채워줘야 하는 거 아냐? 몇천원짜리도 아니고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 뭘 바라냐, 너는.

   그렇게 아오미네가 한심하다는 듯 대꾸해주고 다시 소프트콘을 먹기 시작하는데 카가미는 아이스크림이 끝까지 안 채워져있다는 것에 어지간히 기분이 상했는지 투덜거리기만 한다. 아니, 이건 기본 아니냐고. 아무리 500원 짜리라고는 해도 서비스 정신으로 다 채워줘야 하는 거 아냐?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크림 아껴먹는 건데…. 꿍얼꿍얼. 얼굴이 잔뜩 꽁해져 있다. 종업원에게는 안 들리게 입술이 오밀조밀 작게 움직인다. 많이 아쉬운 만큼 계속 투덜거리는 카가미를 턱을 괸 채 빤히 바라보던 아오미네가 말했다.



"아아, 알겠다고-."

"응? 무슨…"



   그리고 대꾸하느라 열린 카가미의 입으로 불쑥 들어온 아이스크림과 놀란 나머지 멈칫 굳어버린 카가미. 뭐해, 안 먹고. 입에 아이스크림이 물린 채 멍하니 자신을 쳐다봐오는 카가미에 아오미네가 키득거렸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카가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데 자신의 입에 물린 건 아오미네의 아이스크림이 아닌가. 곧장 고개를 뒤로 빼보지만 입가엔 이미 아이스크림이 묻어있다. …ㅁ,뭐하는 거야! 뭐하긴, 아이스크림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네 녀석한테 아이스크림 좀 준 거구만. 재밌다는 듯 여전히 키득거리며 대답하는 아오미네에 카가미의 얼굴이 화아악 붉어진다. 푸핫, 너 지금 얼굴 엄청 빨간 거 아냐. 웃음 소리에 사람들이 시선이 몰리자 크큭거리며 숨죽여 웃는 아오미네의 말에 카가미가 얼른 얼굴을 숙였다. 그리고 이어서 아오미네의 눈에 들어오는 아이스크림이 묻은 자신의 입가를 핥는 발간 카가미의 혀. 아이스크림을 다 핥아 먹은 카가미가 고개를 들어 아오미네를 쳐다봤다. 카가미의 얼굴은 여전히 살짝 붉어져 있었다.



"…아직도 묻어 있냐?"

"……."

"야, 아직도 묻어 있냐고."

"…어어, 아니. 깨끗하다."



   진짜, 예고도 없이 이러지 말라고, 이 미친 놈아. 아오미네가 한 행동에 다시 욱하는지 퍽 아오미네의 어깨를 치는 카가미. 꽤나 무거운 소리가 들렸지만 아오미네는 아무렇지 않은지 소프트콘을 든 채 가만히 카가미를 쳐다볼 뿐이었다. …왜 그래, 아오미네. ……. 야, 왜 그러는…. 어이, 카가미. 엉? 너 이거 먹을래. 그리고 카가미 앞으로 건네진 아오미네의 소프트콘. 다 먹어도 되냐? 엉. 깔끔한 아오미네의 대답에 금세 카가미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오미네는 자신에게서 소프트콘을 건네 받은 카가미를 가만히 쳐다봤다. 이번엔 아껴먹을 건지 혀를 내밀어 할짝할짝 핥아먹다 어느샌가 바삭바삭 과자 부분을 먹고 있는 카가미의 얼굴은 아이 같았다. 그렇게 턱을 괸 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아오미네는 소프트콘의 마지막 한 입이 카가미의 입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아까 물었지, 여기가 시원해도 집은 가야한다니까 왜냐고."

"어… 어. 근데 네가 대답을 안 해줬잖아."

"집에 가서 말해줄테니까 일어나."



   그렇게 일어나서 카가미의 손목을 잡아오는 아오미네의 손은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