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아오카가] 거품

※ 쿠로코의 농구 | 아오미네 다이키 x 카가미 타이가

※ 개인적인 캐해석 有






   여느 집처럼 평범하게 7시 조금 넘어서 카가미가 차린 저녁을 먹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TV를 보다가 덥다면서 찬물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곤 다시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여름의 조금 늦은 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아오미네는 덥다며 이미 바람을 내며 회전하고 있는 선풍기가 있는데도 에어컨을 틀려고 했지만 요리를 하면서 안 가져도 될 주부 근성을 가지게 됐는지 카가미가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막아세웠다. 덥다고, 카가미-. 잠깐만 튼다고 하지만 누진세라고 있는 거 모르냐? 이번 달 전기세 네가 다 낼 생각 아니면 참아. 넌 안 덥냐. 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 사실인지 아까 씻었는데도 조금씩 땀을 흘리고 있는 아오미네완 달리 샤워하고 나온 보송보송한 피부 그대로 얌전히 TV를 시청하는 카가미였다.



​"…요즘은 너무 덥다고. 비도 찔끔찔끔 오고."



   ​그런 카가미의 옆모습을 물끄럼 쳐다보던 아오미네가 억울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아오미네의 말대로 확실히 요즘은 선풍기 바람만으론 더위를 식히기가 힘들었다. 특히 더위를 잘 타는 아오미네의 입장에선 더욱 그러했다. 다시 에어컨 틀자고 말을 꺼내볼까 하는 마음으로 카가미의 옆모습을 쳐다봤지만 카가미는 TV만 열심히 시청할 뿐이었다. 뭘 보길래 눈이 저렇게 빛나는 거야. 유독 카가미의 눈이 빛나는 것 같아 TV로 시선을 돌리자 심야에만 하는 요리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아오미네는 하는 수 없이 집에서만 입는 얇은 소재의 민소매의 목 부분을 잡고 펄럭였다.

   ​카가미가 나중에 만들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할 만큼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다 만들어지고 쉐프들의 식사평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색다른 맛이긴 하지만 소금 양 조절이 조금 잘못된 것 같네요. 하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아아, 안 그래도 보면서 소금을 너무 많이 넣는 게 아닌가 했는데 맞았던 것 같네. 쉐프들의 식사평을 집중해서 듣는데 순간 드르렁-, 하고 불협화음이 귀에 들어왔다. 예상도 못한 소리라 흠칫 놀란 카가미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펄럭이던 목 부분을 그대로 잡은 채 잠이 들어버린 아오미네가 눈에 들어온다. 계속 더우면 졸리다고 하더니 그새 잠들어 버렸네. 안그래도 요즘은 더위 때문에 계속 뒤척이면서 쉽게 잠에 못 드는 아오미네이기에 그대로 둘까 하는 생각을 하자마자 카가미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는 오늘의 저녁상. 요즘 더위 때문에 많이 지쳐보이는 아오미네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평소보다 당분이 많은 식단이었다.



​"찰싹―"

"아!!!"



​   저녁상을 떠올리자마자 망설임 없이 휙 올라간 카가미의 손이 그대로 아오미네의 근육 잡힌 팔뚝 위에 찰진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뜨며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아오미네. 잠이 확 달아났는지 동그란 눈동자가 다 보일 만큼 눈을 크게 뜨다 제 팔뚝 위에 얹혀져 있는 카가미의 손을 보곤 상황이 파악 됐는지 곧장 미간이 확 찌푸려진다.



​"존나 아프잖아!!"

"그대로 자지 말고 일어나서 양치질 하고 자, 아오미네."



​   두어번 때린 곳을 툭툭 치곤 일어나며 말하는 카가미. 자기도 양치질을 하려나본지 화장실에 들어간다. 아 시발, 완전 따가워. 카가미가 그러던가 말던가 어지간히 매웠는지 아오미네는 까만 피부에도 보일 만큼 빨갛게 남은 커다란 손자국 위에 손을 올리곤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일부러 아오미네를 위해 안 닫은 화장실 문 때문에 칫솔에 치약을 짜며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열심히 맞은 곳을 문지르던 아오미네의 손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한다. 한 대 더 때리기 전에 어서 와서 양치질 해라? 칫솔을 입에 넣기 전에 어조 없이 말한 말이 화장실에서 울려 아오미네의 귀에도 들어갔는지 순간 움찔거린 아오미네가 꾸물꾸물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왔다.



​"…존나 아프다고, 이 새끼야……."



   확실히 많이 아팠나본지 칫솔을 든 아오미네가 거울로 열심히 치약 거품을 내고 있는 카가미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 잠깐 사이에 꽤 깊이 잠에 빠졌는지 목소리가 살짝 잠겨있다. 아, 졸려…. 역시 잠은 아까 맞았을 때만 달아났었나보다. 반쯤 잠긴 눈을 깜박이며 칫솔에 치약을 짠 아오미네가 웅얼거리곤 눈을 감은 채 입 안에 칫솔을 넣었다. 그렇게 집 안엔 요리 방송이 끝나고 나오는 광고들의 소리와 카가미와 아오미네가 하는 양치질 소리 뿐이었다.

   어서 양치질 끝내고 침대에 쓰러져야지 하는 생각에 눈을 감은 채 열심히 양치질을 하던 아오미네가 눈을 뜨고 거울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카가미의 얼굴. 저 녀석은 지 먹는 양 만큼 치약을 짜나. 아오미네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카가미의 턱을 타고 흐르는 치약 거품 때문이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던 아오미네가 허리를 숙여 퉤, 세숫대에 거품을 뱉었다. 어이, 카가미. 부르자 눈을 크게 뜸으로써 무언의 대답을 하며 쳐다봐오는 카가미의 턱에 흐르는 거품을 아오미네가 손가락으로 닦아주며 피식 웃었다.



​"네가 애냐, 흘리면서 양치질 하지 마라고."



  그리곤 키득거리며 꼭지를 틀어 손가락에 묻은 거품을 물에 흘려 보내는 아오미네. 다 씻고 다시 칫솔을 잡고 허리를 피는데 거울에 잔뜩 붉어진 카가미의 얼굴이 보인다. …하? 대체 얼굴을 붉힐 이유가 뭐가 있는 거지. 그저 턱에 흐르는 거품을 닦아줬을 뿐인데 소녀마냥 얼굴을 잔뜩 붉히는 카가미에 당황한 아오미네가 이유를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



"야, 얼굴은 왜 붉…"

"내,내가 흘리면서 양치질을 하든 말든! 그리고 애 아니거든?!"



​   말을 차마 다 하지도 않았는데 카가미가 싹뚝 끊어버리곤 버럭 소리친다. 그리고 소리치면서 아오미네의 팔뚝에 묻어버린 치약 거품들. 아, 소리 칠 거면 거품 뱉고 소리 치던가! 미,미안. 팔뚝에 묻은 거품들을 보고 아오미네가 뭐라 하자 중얼거리며 카가미가 후다닥 물을 틀어 손에 묻이곤 거품들을 닦아준다. 뭐야, 방금까지만 해도 욱하던 애가 왜 이래. 이상한 카가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가미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런 아오미네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얼굴을 더 붉히며 양치질에 집중하는 카가미다.



​"……아아, 그런거냐, 카가미."

"뭐,뭐가."

"짜식, 귀엽기는. 얼굴 안 붉혀도 너 귀여우니까-."

"무,무슨!!"



​   일주일에 몇번을 침대에서 알몸으로 서로 껴안고 뒹굴거리는데 이런 사소한 거에 이렇게 얼굴을 붉히는 연인이라니. 정말이지―,



​"진짜 귀엽다니까, 우리 마누라."